[생각] 저녁형 인간 – 게으른 줄 알았는데,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2025년 04월 20일에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나는 저녁형 인간이다. 3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내가 게으른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지각이 잦았다. 지각으로 인해 학교에서 꽤 많이 맞았다. 지각할 때마다 벌을 받았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신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살아갔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고, 엄마는 얼굴에 물을 뿌려가며 나를 깨웠다. 중학교 3학년 때 집에 컴퓨터가 생기고 나서는, 상황이 더 심해졌다. PC 통신과 프로그래밍에 빠져 새벽까지 컴퓨터를 붙잡았다. 나는 점점 더 저녁형 인간으로 바뀌어 갔다.

군대에서는 운이 좋았다. 내 보직은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생활이 가능했다. 군 복무의 대부분을 그렇게 보냈다. 하지만 말년엔 밤을 새울 일이 없어졌고, 그때가 더 힘들었다. 가끔 아침 점호에 참여하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후임들의 도움으로 들키지 않고 무사히 전역했다.

대학교 시절도 비슷했다. 한 학기를 제외하고는 오전 수업은 되도록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4학년 때 인도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땐 어쩔 수 없이 오전 수업을 들어야 했고, 결국 지각이 누적되어 F 학점이 2개나 생겼다. 당시 평점은 2.36점(4.5 만점). 지금 봐도 참 놀라운 점수다.

신입사원 시절, 1년에 4~5번 정도 지각을 했다. 지각이라는 개념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조직이었기에, 그 정도도 꽤 많은 편이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밤을 새운 채 출근해야 했고, 늘 시간의 리듬이 나와 맞지 않아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버거울까?” 그 시절의 나는, 내가 세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주 느꼈다.

회사를 차리고 나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창업 초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오전 11시 이후에 출근했다. 그리고 반대로 밤을 새워 새벽에 출근하는 일도 많았다. 회사의 한쪽에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일하다가 그곳에서 잠든 적도 많았다. 단점의 커버를 위해 밤을 새워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30대 중후반에 완전히 깨달았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점은 없지만, ‘노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다. 나는 노력하며 살아가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만약 어떤 저녁형 인간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겠지만, 부디 자신을 세상에 맞추지 말고, 세상을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억지로 고치면, 생산성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행복감만 줄어들 수 있다.

세상이 돌아가려면, 반드시 밤에 해야 되는 일들이 다양하게 있다. 저녁형 인간들이 부디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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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4월 20, 2025 Filed under: ETC; Tagged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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