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의 기억 – 2011년 6월
This post was written on June 21, 2011

“군대”라는 곳이 우리네 남자 인생에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하나의 “팀”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또한 군대시절, “인내”의 경험은 인생 전반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언제 어떻게 시작될 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준비”라는 이유로
어떤 인간의 한계에 대한 수치를 떠난 훈련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군대에 가게 되면 누구나 받게 되는 훈련인
행군에 대한 이야기다.

대체적으로 이등병일 경우, 행군에서 대체적으로 낙오 증상을 보인다.
낙오 증상이라 하는 이유는 낙오 증상만 보일 뿐, 실제 낙오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낙오 증상을 보이는 대체적인 이유는 걸어보니 않은 길을 걷기 때문에
어디가 도착지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며, 결국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지 모르고,
이대로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한다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죽을 때까지 걷지는 않는다.
늘 휴식지점이 있고, 결국은 도착지점이 있다.

그리고 결국 도착하게 되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군대에서 두번째 행군이었던 것 같다.
강원도 산에서의 행군은 계속 돌고 도는 코스가 많아서
쉽사리 정상이 어디인지에 대한 예측이 되지 않는다.
우선 정상에 도달하면, 상당한 시간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조금 편해질 수 있다.(호흡은 편해지고, 발이 아파온다.)

계속 궁금해진다.
언제쯤 정상일까?
그리고 해당 코스를 돌고, 정상이 아님을 알고 좌절하고,
또 똑같이 생긴 것 같은 코스를 돌고, 정상이 아님을 알고 좌절하고,

힘들었다.
약간 걸음이 뒤쳐지고,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뒤에 있는 고참이 “여기만 돌면 돼!”라고 하는 소리에
다시 한번 부대를 따라 돌고..
다시 정상이 아님을 알고 좌절했다.
그리고 또 같은 모양의 코스가 나오자,
또 한번 뒤에 있는 고참이 말했다.
“여기가 마지막이야!”
다시 한번 그 말을 믿고, 같은 모양의 코스를 돌았다.

하지만 정상이 아닌 또 같은 모양의 코스가 나왔다.
몹시 지친 상황에 호흡소리가 방탄헬맷을 튕겨나오고,
그 소리마저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씩 뒤로 계속해서 밀렸다.
너무 힘들어서 걸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비관적이 되었고, 계속 뒤로 밀렸다.

뒤에 있는 고참이 몸으로 밀면서 말했다.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여기만 돌면 돼!”
뒤에 있는 고참은 계속해서 말했는데
더이상 힘이 없어서 한 걸음도 갈 수 없다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고참은 잠깐 나를 밀면서 산을 올랐고,
결국 그 코스를 돌자 정상이 보였다. ㅋ
왜지?? 힘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상임을 알자 다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물론 산 정상에서는 다음 산 정상이 또 다시 보였지만
그래도 당분간 내리막길이라는 생각에 힘이 났었다.

그 이후로의 행군과 그 비슷한 훈련에서는 아마 중간에 비관적인 마음으로
포기하려는 마음은 다시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군대에서 꿈꾸며 나름대로 노력했던 많은 꿈들은
전역 후 꾸준히 하나하나 이루어졌다.

물론 지금은 다른 꿈으로 다른 곳에 존재하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지만…. ^^;
그 때가 그립다.
늘 그 때처럼 살아야 하는데…

인생은 언제나 이와 같은 것 같다.
얇은 종이 한장의 차이.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할 수 없다는 생각의 차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일도 되더라.ㅋ

“다 왔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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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une 21, 2011 Filed under: MyStory; Tagged as: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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