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애플워치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러닝을 위해 과감하게 울트라3를 구매했다. 나는 아이폰, 에어팟, 애플TV, 아이패드, 맥북 등 완전한 애플 생태계의 유저이기 때문에 워치도 애플워치로 하고 싶었고, 궁극적으로 마라톤을 위한 선택이었기에 배터리가 오래 가는 울트라3를 고른 것이다.
하지만 몇 번의 조깅과 10K 대회를 함께한 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멋지다. 만약 일상에서도 사용할 스마트 워치 혹은 패션 워치가 필요한 것이었다면 분명히 울트라3로 했을 것 같다. 확실히 애플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인 철학으로 인해 평소에는 시계를 착용하지 않고, 울트라3는 일상 생활이나 잠잘 때 착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 수면 측정을 위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잘 때 착용할 수는 없다. 일상에서 사용할 때도, 오션 밴드의 특성상 손목에 땀이 매우 많이 나서 답답하다. 만약 다른 밴드라면 러닝 중에 땀 때문에 밴드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울트라3는 다시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아름다웠으나, 아쉽게도 울트라3는 나에게 1,249,000원에 상응하는 어떤 것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결국 가민 포러너 165를 구매하고 테스트 중에 있는데, 2025년 10월 현재, 러닝할 때는 가민이 맞는 것 같다.
- 포러너 165는 가민 포러너 시리즈 중 저렴한 모델이지만, 399,000원이다. 그조차도 솔직히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저렴한 포러너 55를 구매하고 싶었으나, 55는 GPS 정확도가 떨어지고 고도 측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AMOLED 디스플레이가 아니어서 화면 시인성이 부족할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165를 선택했다. (다만 다른 사용자들의 리뷰에 따르면, 포러너 55도 실제로는 시인성이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여담으로 55는 터치가 안되기도 하지만, 포러너 시리즈에는 터치 기능이 필요 없다.)
- 애플워치는 정말 애플답지 않은 제품이다. 애플은 모든 제품이 비싼 편이지만, 확실한 기능과 세련된 UI, 그리고 멋진 디자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배터리 문제가 심각한 데다 특별히 돋보이는 기능도 없다. 단순히 패션을 위한 시계라면, 나는 시계는 착용하지 않아서…
아이폰 이전에는 PDA 시장이 존재했다. 데스크톱 시장은 MS의 윈도우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등장한 윈도우 CE와 포켓 PC 역시 데스크톱 윈도우와 매우 비슷한 형태의 UI를 갖고 있었다. 이 계열이 PDA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은 팜(Palm) OS였다. 팜은 PDA 본연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일정 관리, 즉 오늘날의 달력 기능에 집중했고, 그 단순함과 효율성 덕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MS 진영에 HP와 컴팩이 있었고, 팜 진영에는 팜을 비롯해 소니, 핸드스프링 같은 제조사들이 있었다.
그러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이 시장은 한순간에 붕괴됐다. 아이폰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분명했다. 스마트폰의 OS는 PC의 OS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일정 관리는 스마트폰이 제공해야 할 기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이폰은 명확히 보여줬다. 그 결과 사람들은 아이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우리나라에는 셀빅 OS가 있었고, 한때는 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애플은 iOS를 단순히 축소·변형한 watchOS를 만들어 애플워치에 적용했고, 안드로이드 진영 역시 안드로이드를 수정한 Wear OS를 여러 스마트워치에 탑재했다. 이들은 당시의 MS, HP, 컴팩과 닮아 있다. 반면 가민, 코로스, 순토 같은 브랜드들은 자체 OS를 통해 스마트워치 본연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헬스케어와 스포츠 기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모습은 과거의 팜, 소니, 핸드스프링을 떠올리게 한다.
- 우리나라에는 뉴런이라는 브랜드가 있지만, 아직 점유율은 크지 않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이다. 스마트워치에는 스마트워치에 맞는 OS가 필요하다. 애플워치의 사용 시간은 과연 상식적인가? 스마트폰이 데스크톱 컴퓨터와 전혀 다른 기기이듯, 스마트워치 역시 스마트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런 점에서 애플워치는 아직 정상적인 방향의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헬스케어를 위한 디지털 기기의 종착지는 결국 스마트 글래스일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다만 그 시점은 생각보다 멀어 보인다. 애플, 메타, MS, 구글 같은 기업들은 이제 너무 커졌고, 어쩐지 늙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메타-레이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은 새로워 보이지만, 감각은 어딘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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