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잼버리 덕분에 떠오른 기억 : 아람단
2023년 08월 10일에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8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우리나라가 개최한 대회나 축제가 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그 때문에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정말 놀랍다. 안타깝고, 창피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잼버리”라는 단어를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는 이번에 처음 듣는 것 같다.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잠시 그 기억을 잡아서 글로 써본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사촌 형이 보이스카웃에 가입했다. 우리 집은 매우 가난했지만, 우리 엄마는 나의 나약한 성격을 개선코자 사촌 형을 따라서 보이스카웃에 가입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3학년에는 보이스카웃에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3학년부터 가입할 수 있었던 아람단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나는 4학년이 되면 보이스카웃으로 바꿀 것을 생각하며, 우선 아람단에 가입했다. 하지만 사촌 형은 보이 스카웃을 곧 그만뒀고, 나는 보이스카웃으로 옮기지 않고 6학년까지 계속 아람단 활동을 했다. 초등학교의 아람단은 행사가 매우 많았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힘들게 그 활동을 하며, 배지를 60개 넘게 모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들일 수도 있지만, 내 성격과 정말 맞지 않는 활동이었다. 힘들었다. 왜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입 신청을 받은 것은 스카웃보다 아람단이 인지도와 멋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아람단 활동을 위해 운동장에서 정렬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한 친구가 내 바지를 보고 말을 걸었다. 비싼 브랜드의 청바지라고 하며, 친구를 하자고 했다. 당시 친구가 전혀 없었던 나는, 좋다고 했다. 내 두 번째 절친이었다. 첫 번째 절친이 전학을 가고, 매우 오랜만에 생긴 친구였다. 이 친구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다. 이 친구는 나를 자신이 다니던 컴퓨터 학원으로 데려갔고, 자신의 꿈이 프로그래머라고 했다. 그때부터 내 꿈도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가면 늘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다. 그 영상을 보며 나는 서태지의 팬이 되었다. 프로그래밍과 서태지는 지금까지도 내 삶의 큰 일부이다. 그 외에도 이 친구는 따뜻한 말들로 내성적인 나에게 자존감을 많이 심어주었다.

  • 생각해보면 역대 절친들 대부분이 나에게 대단히 친절했었다. 나의 나약한 성격을 보안하고자 만든 친구들이기에, 친구들은 외향적이고 강인한 경우가 많았다. 고마운 사람들, 너무 많다.
  •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 영상을 처음 본 충격은 엄청났다. 그 영상을 보고 나는 서태지의 팬이 됨과 동시에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왜인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비싼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이유는 조금 어이없다. 엄마가 비싼 브랜드인지 모르고 해당 샵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에게 줄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고르고, “이거 주세요”라고 말하고 가격표를 봤더니 놀라운 가격이었다고 한다. 엄마는 부끄러움에 취소하고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비싼 브랜드의 바지가 생긴 것이고, 나는 그 친구가 나에게 말해주기 전까지 그게 비싼 브랜드의 바지인 줄 전혀 몰랐다.

중학교 때에는 사촌 형을 따라서 누리단에 가입했다. 거의 활동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한별단에 가입했다가, 선배들에게 어이없는 얼차려를 당하고 바로 그다음 날 친구들을 모두 이끌고 함께 그만두었다. 원래 그만둘 수 없는 것인데, 사촌 형이 무서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만둘 수 있었다. “쟤, 걔 동생이래~” 이런 느낌으로…

나중에 첫 회사에 입사하고, 아람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선배가 나에게 몇 학년부터 아람단을 했냐고 물었고, 3학년이라고 대답을 했더니, 내가 거짓말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그래서 보이스카웃과 다르게 아람단은 3학년 때부터 할 수 있다고 말을 해준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 선배에게 왜 그런 불필요한 거짓말을 하냐고 되물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이런 아람단이나 스카웃 활동을 어린 시절 유복함의 대명사로 생각하는 면이 있고,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가난했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특별히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아람단 활동은 나에게 그다지 아름다운 활동도 아니었다. 그저 가난한 환경에서도 그런 활동을 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다.

  •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카웃 활동과 관련하여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는 것 같다.
  •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울 것 같다. 나도 내 아들이 보이스카웃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잼버리에 참여한 스카웃 대원들이 남은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내기를 바란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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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8월 10, 2023 Filed under: ETC; Tagged 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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