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친구 이야기 : 여친을 골라봐
This post was written on August 14, 2023

중학교 1학년 때의 절친 이야기이다. 당시에 소위 잘나가는 친구였다. 친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나에게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 보였다. 여자친구가 될 사람을 골라보라고 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역시나 소위 잘나갔던, 자신의 여자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 한 사람을 고르라고 했다. 나는 한 명을 골랐다.

그는 다음 날, 그녀를 불렀다. 그녀에게 나와 사귀라고 했고, 그녀는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었고, 한동안 전화와 삐삐를 통해 그녀와 연락을 했다. 어린 나이라서 제대로 된 연애는 아니었지만, 당시에 나는 무척 설레었다. 좋은 기억이다.

이래저래 이 친구와 친하게 지내던 어느 날, 함께 종합 학원에 다니고 싶은 마음에, 이 친구를 꾀어서 데리고 갔다. 이 친구는 가는 내내 자신의 영어 실력 때문에 걱정했다. 영어를 읽을 때, 다른 친구들이 비웃으면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했다. 상당히 과격했던 친구가 순진하게 그런 걱정을 했었다. 그 친구도 그냥 아이였던 것이다. 아무도 제대로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끝까지 데리고 갔다.

하지만 이 친구의 바지는 땅을 끄는 힙합 바지였고, 신발은 300이었으며, 상의는 슈퍼 오버핏이었다. 이를 본 원장 선생님은 이 친구의 학원 등록을 거절했다. 다른 친구들이 물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존심이 상한 내 친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계속 학원에서 공부했다. 그 친구를 따라가 보았는지, 미안하다고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이후에 그 친구와의 사이는 급격하게 멀어졌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어느 날, 그 친구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아마도 더 엇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그의 부모님의 의지였으리라고 짐작만 하고 있다.

그때 학원을 그만두고, 이 친구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미안하다. 너무나 고마웠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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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ugust 14, 2023 Filed under: ETC; Tagged as: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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