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의 절친 이야기이다. 당시에 소위 잘나가는 친구였다. 친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나에게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 보였다. 여자친구가 될 사람을 골라보라고 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역시나 소위 잘나갔던, 자신의 여자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 한 사람을 고르라고 했다. 나는 한 명을 골랐다.
그는 다음 날, 그녀를 불렀다. 그녀에게 나와 사귀라고 했고, 그녀는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었고, 한동안 전화와 삐삐를 통해 그녀와 연락을 했다. 어린 나이라서 제대로 된 연애는 아니었지만, 당시에 나는 무척 설레었다. 좋은 기억이다.
이래저래 이 친구와 친하게 지내던 어느 날, 함께 종합 학원에 다니고 싶은 마음에, 이 친구를 꾀어서 데리고 갔다. 이 친구는 가는 내내 자신의 영어 실력 때문에 걱정했다. 영어를 읽을 때, 다른 친구들이 비웃으면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했다. 상당히 과격했던 친구가 순진하게 그런 걱정을 했었다. 그 친구도 그냥 아이였던 것이다. 아무도 제대로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끝까지 데리고 갔다.
하지만 이 친구의 바지는 땅을 끄는 힙합 바지였고, 신발은 300이었으며, 상의는 슈퍼 오버핏이었다. 이를 본 원장 선생님은 이 친구의 학원 등록을 거절했다. 다른 친구들이 물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존심이 상한 내 친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계속 학원에서 공부했다. 그 친구를 따라가 보았는지, 미안하다고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이후에 그 친구와의 사이는 급격하게 멀어졌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어느 날, 그 친구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아마도 더 엇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그의 부모님의 의지였으리라고 짐작만 하고 있다.
그때 학원을 그만두고, 이 친구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미안하다. 너무나 고마웠던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