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우리 회사는 야근이 많았다. 야근할 때, 저녁을 빨리 해치워야 했기 때문에 짜장면을 자주 시켜 먹었다. 당시 한 고참 친구는 주문하는 막내에게 매번 고춧가루를 같이 가져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짜장면이 회사에 배달되면 고춧가루가 있을 확률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고춧가루가 없으며 어김없이 고참 친구는 말했다.
“막내! 고춧가루 안왔어.”
그리고 막내도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말했어요. 말했는데 안 온 거에요.”
이런 일이 몇 번 지나고 나서, 나는 막내에게 얘기했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단순히 고춧가루를 가져다 달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반드시 고춧가루를 오게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에 대고 “고! 춧! 가! 루!”라고 크게 외치는 방법도 있고, “고춧가루 꼭 가져다 주세요. 저번에 안가져다주셔서 욕 바가지로 먹었어요. 꼭이요! 꼭!”이라고 말하는 방법 등 고춧가루를 오게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고춧가루는 단순히 재미있는 예일 뿐이다. 저 고참 친구는 이제 우리 회사에 존재하지 않으며, 전혀 권위적인 성격도 아니다.
막내는 나에게 너무 결과 지향적인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투하는 것은 과정 자체를 더 의미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정 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요즘도 가끔 새로운 친구들이 오면 이 <고춧가루 이야기>를 해준다. 고춧가루를 달라고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춧가루가 오게 만드는 것이 일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정도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것을 안다고 성공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면 실패하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 인생의 출발선에 서는 기본자세 같은 것이다. 어쨌든 막내들의 젊음은, 몹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