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고춧가루 이야기 : 과정과 결과
This post was written on September 15, 2023

예전의 우리 회사는 야근이 많았다. 야근할 때, 저녁을 빨리 해치워야 했기 때문에 짜장면을 자주 시켜 먹었다. 당시 한 고참 친구는 주문하는 막내에게 매번 고춧가루를 같이 가져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짜장면이 회사에 배달되면 고춧가루가 있을 확률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고춧가루가 없으며 어김없이 고참 친구는 말했다.
“막내! 고춧가루 안왔어.”

그리고 막내도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말했어요. 말했는데 안 온 거에요.”

이런 일이 몇 번 지나고 나서, 나는 막내에게 얘기했다.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단순히 고춧가루를 가져다 달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반드시 고춧가루를 오게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에 대고 “고! 춧! 가! 루!”라고 크게 외치는 방법도 있고, “고춧가루 꼭 가져다 주세요. 저번에 안가져다주셔서 욕 바가지로 먹었어요. 꼭이요! 꼭!”이라고 말하는 방법 등 고춧가루를 오게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고춧가루는 단순히 재미있는 예일 뿐이다. 저 고참 친구는 이제 우리 회사에 존재하지 않으며, 전혀 권위적인 성격도 아니다.

막내는 나에게 너무 결과 지향적인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투하는 것은 과정 자체를 더 의미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정 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요즘도 가끔 새로운 친구들이 오면 이 <고춧가루 이야기>를 해준다. 고춧가루를 달라고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춧가루가 오게 만드는 것이 일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정도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것을 안다고 성공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면 실패하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 인생의 출발선에 서는 기본자세 같은 것이다. 어쨌든 막내들의 젊음은, 몹시 부럽다.


HS LOG List of ETC

Copyright © HS LOG
Published on September 15, 2023 Filed under: ETC; Tagged as: , , , , ,

No Comments

Thank you for visiting. If you leave a comment, I will not forget.

HS LOG List of ETC

 
The number of visitors for this post is 27 (measured by Jetp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