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학 선생님과 물리학 – 알아들었더라면
This post was written on September 15, 2023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에 다니던 학원에 파트타임으로 과학과 수학을 가르쳐주셨던 과학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은 고려대 3~4학년이었고,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계셨다.

  •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였는데, 결국 변리사가 되는 것에는 실패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학원을 차렸다고 들었는데, 이후에 잘 되셨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잘 되셨겠지. 고려대가 괜히 고려대가 아니다.

나는 이과였고, 과학 선생님에게 물리I, 물리II, 수I, 수II를 배웠다. 당시에는 고등학교 3학년에는 수능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에 저 과목들을 동시에 배웠었다. 놀라운 일이다. 지금도 그러겠지? 어쨌든 나는 과학 선생님과의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도 당시에 ADHD를 앓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느 날 우연히 과학 선생님과 같이 집에 가는 일이 생겼다. 평상시에 궁금했던 것에 대해 과학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빛은 무엇인가요? 세상의 모든 물질을 고체, 액체, 기체인데 빛은 그 안에 속하지 않잖아요.”

과학 선생님은 놀라운 눈빛으로 나에게 빛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빛의 이중성과 광속 불변의 법칙에 이어서 특수 상대성 이론까지 거의 30분에 걸쳐서 설명하셨던 것 같다.
“50km로 가고 있는 자동차 안에서 100km로 가고 있는 자동차를 보면 몇 km로 가는 것으로 보이지? 빛은 초속 30만km로 가는데…. 빛을 이중슬릿 실험을 했더니… 시간이 느리게… ”

아쉽게도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5년이 지나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기초 물리학을 대충 알게 된 후에야 과학 선생님이 당시에 상대성 이론을 나에게 설명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당시의 내 의문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의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대 과학은 사실 빛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때 상대성 이론을 알았더라면, 내 인생은 분명히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의문이 아닌, 확신이다. 어쨌든 그때의 그 젊음은,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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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September 15, 2023 Filed under: ETC; Tagged as: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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