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in 런던 (The Phantom of the Opera in london) – 냉정한 평가
2017년 02월 26일에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여왕폐하의극장

본 내용은 런던/암스테르담을 짧게 여행하던 중 런던 여왕폐하의 극장(Her Majesty’s Theatre)에서 관람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에 대한 간략한 후기이다. 여행 중이라서 캐스트 보드를 확인하는 것을 잊고 보았기 때문에 팬텀, 크리스틴, 라울역의 배우들만 기억하고 있는데 이 후기에서는 그 배우들의 이름조차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2017년 2월 15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이었다.)

먼저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레전드급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최고의 프로듀서인 캐머런 매킨토시가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뮤지컬에서는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기록도 많이 남겼고, 또 지금도 남기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3 순위안에 이 뮤지컬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의 유령이 1순위 뮤지컬이다. 2013년 서울에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내한공연을 보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처음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25주년 내한공연에서는 무대 장치도 엄청났고, 사운드도 좋았으며, 팬텀이 브래드 리틀이었고, 크리스틴이 클레어 라이언, 라울이 안토니 다우닝으로 대단히 훌륭한 연합 캐스트였기 때문에 나는 조금 과도하게 열광했던 것 같다. 몇 주간을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들을 찾아 듣고, 다른 뮤지컬은 어떤 것인지, 도대체 뮤지컬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조합은 25주년 기념 DVD 를 훌쩍 (더 정확히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넘는 수준의 캐스트로 아마도 역대 최고의 캐스트였을 가능성이 크며, 또한 최고의 무대 수준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작품 자체가 최고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뮤지컬이었고, 이렇게 무대나 배우들도 최고였기 때문에 나 또한 최고의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기억 때문에 런던/암스테르담 여행에서는 런던에서 보는 오페라의 유령 관람이 가장 기대가 큰 일정이었다. 사실 런던 오리지널이기에 25주년 내한공연 수준의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더 정확히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여왕폐하의 극장 무대가 작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무대의 크기가 뮤지컬과 큰 상관이 없다고 보았고, 해당 배우들은 최고의 배우들일 것이며, 공연을 매일 하는 극장답게 사운드 또한 어느 자리에서나 최고의 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관리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런던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나의 기대는 그냥 큰 수준이 아니라 정말 엄청났다.

★ 런던/암스테르담 여행의 후기 : //hyunsik.me/wordpress/?p=9014
★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오리지널 내한공연 후기 : //hyunsik.me/wordpress/?p=5260

티켓

그런 기대 속에서 공연 당일, 앞의 여행 일정을 짧게 가져가고, 숙소에서 옷까지 깔끔하게 입은 채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여왕폐하의 극장에 입장했다. 내 컨디션은 최고였다. 잘 듣고, 잘 볼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뮤지컬은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극의 초반부에 Think of Me 가 흘러나올 때부터 크리스틴의 실력이 훌륭하지는 않게 느껴졌고, 이어 흘러나오는 곡들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뮤지컬의 초중반부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볼 수 있는 The phantom of the Opera 가 흘러 나올 때 이 뮤지컬이 이런 식으로 적당히 끝나겠다는 것이 점점 느껴졌다. 거기에 크리스틴의 댄스 실력까지 별로라서 Masquerade 가 나올 때도 신나지 않았고, The Point of No Return 이 나올 때도 크리스틴이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팬텀의 목소리가 얇은 편이라서 팬텀의 파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도 작아서 웅장함이나 전율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내가 무식해서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점검하기 시작했다. 혹시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작게 내는 이유가 저 배우들이 마이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니었다. 마이크는 머리 속에 숨어있었고 사운드가 작은 이유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결국 오페라의 유령 in 런던은 이런 좋지 않은 느낌 그대로 그냥 그렇게 끝났다.

무대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의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런던 웨스트엔드 여왕폐하의 극장에서 왜 한국에서의 내한공연보다 못한 공연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한국에서 오리지널 공연이 펼쳐질 때 영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봐야 할 것 같다. 한국 티켓의 가격이 더 비싸니까 티켓 가격의 차이 때문에 배우 섭외가 달라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사실상 영국 억양을 가진 배우에 한하여 이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니 그 배우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작아서 그런 것일까? 이 이유를 지금은 알 수 없겠지만, 정말 궁금하다.

지난 번에 노트르담드파리 내한공연 때 많은 기대 속에서 DVD의 캐스트와는 크게 실력 차이가 나는 배우들로 인하여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도 배우들의 실력으로 인해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뮤지컬이 훌륭해도 주연급 배우들의 실력이 좋지 않다면, 그 뮤지컬 전체가 좋게 느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보통 뮤지컬 후기는 이건 이렇게 안좋았는데 다른 건 좋았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그냥 아주 괜찮게 만들어진 작품을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주연 배우들이 그 급을 낮춰 놓은 것으로만 느껴지고 좋은 점 같은 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기 때문에 좋게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그 분들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잘 알려진 뮤지컬 배우들이다. 특히 남자 배우는 관련 상도 몇 번 받은 것으로 보이니 좋은 뮤지컬 배우란 원래 찾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있다면 다시 볼 것이고, 언젠가 브로드웨이에서도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3월에는 지킬앤하이드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예약해놨는데 그 때를 기다리며 일상을 보내야겠다. 더 좋은 뮤지컬이 많이 나오고, 오리지널 내한공연이 더욱 많아져서 국내에서 더 볼 거리가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마친다.

★ 2013년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공연에서의 The Phantom of the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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