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혹은 애플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대단한 것은 무엇일까? 앱 스토어와 아이튠즈 스토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과거로 거슬러 간다. 초기 PC 시장에서 [애플]과 [IBM + 마이크로소프트 + 인텔 + 기타 IBM 호환 PC 제조 업체들]의 전쟁이 있었고, 애플은 패했다. 애플이 패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일대다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매킨토시와 수많은 IBM 호환 PC의 대결이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호환”이었다. 이 “호환”의 문제는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과 게임과 같은 컨텐츠들의 호환 문제이다. 맥에서 이 게임이 돌아가나? 맥에서 엑셀이 돌아가나? 맥에서 이 파일이 열리나? 이런 문제들이다. 대부분의 응용프로그램과 게임은 MS 도스와 MS 윈도를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고, 이는 더욱더 가속화되었다. 결국 일반 사용자가 애플의 PC를 사용할 이유가 점점 더 없어지고, IBM 호환 PC가 점점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게임은 부익부 빈익빈 게임이라서, 결국 애플 PC는 1차전에서 패배했다.
- 나는 82년생이라서 미국에서 [애플]과 [IBM + 마이크로소프트 + 인텔 + 기타 IBM 호환 PC 제조 업체들]이 초기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아는 수준에서 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 당시 IBM PC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든 PC는 모두 IBM 호환 PC라 불리었다. 지금까지 윈도/리눅스가 설치되는 컴퓨터들도 모두 같은 계열의 PC이다.
- 이 시기에 MS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IBM이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 현재는 이 “호환”의 문제가 별로 없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웹 브라우저 등 컴퓨터 관련 역사에서 “호환” 문제는 매우 지독한 문제였다.
-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을 가장 많이 획득한 빌 게이츠가 쓴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내용 중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노력해도 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고, 어느 시점에 하드디스크를 기반으로 한 아이팟을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아이리버의 프리즘이 출시됐다. 그 당시에 하드디스크와 메모리의 차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던 나는 아이리버의 프리즘이 압도적 우위라고 생각했다. 초기 아이튠즈 스토어의 지원이 없는 아이팟 클래식 1, 2세대와 아이리버 프리즘을 비교해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리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술력과 디자인 감각이 있었다. 아이팟의 기능과 디자인은 점진적으로 발전했고, 곧 아이튠즈 스토어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튠즈 스토어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팟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아이튠즈 스토어가 한국에는 제대로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애플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제공했다.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드디어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애플이 PC 시장의 1차전에서 대패한 이유가 바로 응용프로그램(=컨텐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는 플랫폼 사업을 통해 컨텐츠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당시의 음악 불법 다운로드 문제까지도 해결해 냈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2007년 아이폰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2002년에 셀빅XG라는 PDA를 사용해보고, 2003~2005년 군대에서도 윈도 CE를 탑재한 포켓PC를 많이 사용해보았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말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아이폰과 같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2007년 아이폰의 발표 때,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단지, 생각보다 제품의 출시가 빨랐고, 초기 제품의 완성도가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정말 엄청났다.
당시의 애플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 PC 시장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플]과 [어떤 모바일 OS 제작 업체 + 호환 기종 제조 업체들]의 전쟁이 일어나고 애플이 다시 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MS의 OS가 대항마가 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상대 진영의 통합 OS가 되었다. 물론 그 시절 MS의 윈도폰 시리즈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리즈는 모두 애플의 iOS에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다.
2008년에는 앱스토어가 공개되었다. 충격이었다.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며,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을 보호해 줄 것이 확실했다. 초기 PC 시장에서 [애플]이 [IBM + 마이크로소프트 + 인텔 + 기타 IBM 호환 PC 제조 업체들]에게 몰매를 맞았다면, 이번에는 앱스토어를 통해 초특급 방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앱스토어라는 플랫폼 사업을 통해 응용프로그램과 게임 등의 컨텐츠를 미리 확보했고, 그 당시에 스마트폰은 아이폰뿐이었으므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상승했다.
- 앱스토어의 공개일은 2008년 7월이고, 안드로이드 OS의 공개일은 2009년 9월이었다.
- 천하의 구글이 만들고 있는 안드로이드 OS도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다.(안드로이드 OS를 개발한 Android Inc.를 인수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애플]과 [구글 + 호환 기종 제조 업체들(나중에는 특히 삼성전자)]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초기 PC 시장의 전쟁처럼 일대다의 싸움이었지만, 앱스토어는 만리장성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계속 성벽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이다.
- 물론 그 옴니아로 대국민 사기를 치고, 결국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대단하다.
이런 이유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최고 업적을 아이튠즈 스토어와 앱 스토어라고 생각한다.
- PC 시장 점유를 위한 경쟁이 1차전으로 보고, 스마트폰 시장 점유를 위한 경쟁을 2차전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두 전쟁에 모두 참여했다. 1차전에서 패배 후, 패인을 분석하여 2차전에서는 대승을 거뒀다고 보는 것이다.
[여담] 이런 컴퓨터의 시장을 바라봤을 때, 자동차 시장도 테슬라를 견제하려면 가장 강력한 하나의 자동차 OS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함께 발전시켜 가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장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수없이 진입해 있는 상황인데, 하나의 OS/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들 기술이 안 되는지, 아니면 협업이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전히 테슬라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