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더 모스트 풀빌라 / 경북 예천군 용궁면 ] – 2018년 10월
2018년 10월 28일에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2018년 10월 25일 : 집 → 문경 더 모스트 풀빌라 → 문경새재 → 더 모스트 풀빌라 
2018년 10월 26일 : 더 모스트 풀빌라 → 용궁 → 더 모스트 풀빌라 
2018년 10월 27일 : 더 모스트 풀빌라 → 집

이번 여름에는 휴가를 다녀오지 못해서 뒤늦게 가족들과 경상북도에 다녀오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예천군 용궁면이 고향이라서 가보고 싶으셨는지 이번 여행에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으면 용궁을 가보자고 하셨기 때문이다. 또 와이프나 어머니도 뒤늦은 휴가에 특별한 기대가 없어서 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용궁에 다녀왔다.

나도 예천임씨라서 그곳이 늘 궁금하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면사무소에 있다고 하는 할아버지의 사진이 늘 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사진으로 조치도 한 번도 뵌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기 전까지는 용궁 면사무소에 가도 할아버지 사진을 보지 못할 줄 알았었다. 50년대의 사진이 지금까지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이제 36개월 된 아들을 위해 수영장이 있는 더 모스트 풀빌라로 숙소를 정하고 특별한 계획 없이 출발하였다. 도착하고 나서 보니 숙소는 생각보다 작았고, 위치도 적절하지 못한 도로가에 위치하여 늘 시끄러웠다. 또한 바비큐를 위한 숯불도 어설펐고 이유없이 울려퍼지는 음악소리는 늘 시끄러웠다. 그나마 좋았던 것이 작은 수영장에 미온수가 24시간으로 공급되는 점이었는데, 아가는 아직 물을 두려워했다. 결국 숙소는 실패. 평범한 호텔이나 리조트로 예약했으면 훨씬 편안하고 좋았을 것을 생각하니 지금까지도 너무 아쉽다. 더 모스트 풀빌라는 커플이나 가서 놀면 딱 좋을 것 같다. 가족단위가 갈 곳은 아니었다.

숙소를 문경으로 결정했으니 첫날에는 문경새재를 가볍게 구경하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와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는 새도 넘기 힘든 고개. 좋은 트래킹 코스이지만, 역시 아직 어린 아들과 함께 트래킹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전기 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1~2km를 걷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공기라도 좋았다면 그냥 좋았을 텐데, 미세먼지도 어중간한 편이라서 그렇게 좋을 것이 없었다.

두 번째 날에는 드디어 용궁에 가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어린 시절에 살았던 터를 먼저 보았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큰 집에서 살았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나왔다고 하는 예천 용궁의 맛 집인 용궁 단골 신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징어 불고기와 김치 막창 순대를 먹었는데 맛이 아주 없었다. 막창이야 원래 내가 잘 먹지 못하는 것이니 그렇다고 쳐도 오징어 불고기는 불 맛만 잘 냈고 맵기만 했다. 전혀 맛있는 맛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 아버지의 외사촌 한 분에게 차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진짜 “다방”에서… 그리고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새마을금고로 이끄셨다.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친구분이신 새마을금고의 이사장님을 찾으셨다. 그렇게 새마을금고 이사장실에서 또 차 한 잔을 마시고 이사장님과 함께 면사무소로 향했다. 그분이 면사무소 직원 중 한 명에게 2층의 사진이 있는 방의 문을 열어달라고 하셨고, 그 직원분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곳에 정말 우리 할아버지의 사진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12, 13대 용궁 면장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다시 찍고, 용궁 면장과 만나서 이런저런 두서없는 얘기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할아버지 사진을 본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건재한 모습으로 고향에 간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아버지가 워낙 막둥이라서 할아버지가 잘 나가던 시절이 모두 끝난 뒤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멋진 모습으로 고향에 가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때문에 아버지의 지인들에게 현재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버지에게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에 대해서 어떤 기대가 없었다. 아버지가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할아버지 얼굴 잘 봤다.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움이 많다. 이미 20살이 되기 이전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고, 그 이후로는 가족들, 친척들에게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하며 살아오신 것이다. 이번 여행으로 많은 부분이 정리되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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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10월 28, 2018 Filed under: M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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