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께서 이준의 오랜 팬인 관계로 솔리드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솔리드는 93년에 데뷔했으니 이번 공연은 25주년 콘서트이며, 또한 96년 콘서트 이후 22년 만의 콘서트이다. 유명도에 비해서는 조금 특이하게 이번 공연이 사실상 두 번째 단독 콘서트이다. 콘서트는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 홀(구 삼성카드홀)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공연장 규모가 솔리드의 티켓파워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보인다. 아마도 2018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팬들과 좀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영향력이 상당한 그룹임을 감안했을 때 공연장의 작은 크기로 인하여 솔리드의 아우라가 조금 덜 느껴지는 아쉬움도 있었다.
김조한은 TV에서나 공연장에서 상당히 자주 봤던 인물이기에 새로운 기대는 없었고, 와이프가 그토록 많이 말하며 좋아하는 이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솔리드 팬들에게도 보다 오랜만에 보며, 비주얼을 맡고 있는 이준이 특별했던 것 같다. 이준에게 쏟아지는 함성이 대단했다. 첫날 공연이었기 때문에 공연의 시작 부분에 이준의 움직임은 조금 굳어있었고 이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는데, 역시 이준의 존재만으로도 솔리드는 더 강해졌고, 그가 음악에 몸을 맞추는 동작이 솔리드를 더 멋스럽게 만들어 주었으며, 그의 굵직한 랩이 솔리드의 음악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예전에는 김조한이 노래를 혼자서 부르니 김조한이 솔로로 하는 것이나 솔리드가 하는 것이나 그 느낌이 동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준의 비주얼, 몸맞춤, 랩 이 세 가지가 새롭게 포함되며 진짜 솔리드가 되었다. 또한 정재윤의 경우, 프로듀서 역할, 작곡가의 역할,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역할 등으로 사실상 그가 솔리드의 영혼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기에 더 말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영혼 역할 정재윤, 몸 역할 이준, 목소리 역할 김조한이 합쳐져서 솔리드라는 안정되고 인기 있었던 그룹이 될 수 있었던 것 같고, 이번 공연에서도 풍성한 즐거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 전체는 과거의 솔리드 인기 곡들과 함께 비트박스 챔피언, 댄스팀, 좋은 밴드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앨범인 “into the Light” 의 곡들이 새롭게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솔리드의 과거 대표곡들 중에 완성도 높은 곡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솔리드 1 ~ 4집에서 완성도 높은 곡들이 5 ~ 10 곡 수준이라고 생각되고, 여기에 “into the Light” 의좋은 곡들을 합해도 완성도 높은 곡이 15곡이 안되기 때문에 사실상 레전드 급으로는 한 공연을 온전히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의 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개인적인 생각이며, 레전드 급이 아닌 일반적인 수준의 공연으로는 충분하다.
이 때문에 만약에 솔리드가 “추억”이 아닌 “음악”으로 레전드 급 공연을 하려면 좋은 앨범 하나가 더 나와야 한다. 앨범 하나를 더 내도 그들의 팬들이 “추억”이 아닌 “음악”으로 그들을 사랑한다면, 아니 그들이 사랑받을 수 있다면 아마 그때의 공연이 훨씬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솔리드가 앨범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내 어린 시절, 너무 어려서 사람 볼 줄 모르던 시절에는 그들의 머리 스타일을 보고, 솔리드를 생각하면 오렌지족(90년대 초반의 금수저 망나니 유학파들)이 떠올랐는데, 사실 그들은 독특하게도 교회에서 만난 멤버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공연장에서도 그들의 “착함”과 “순수함”이 많이 묻어 나왔던 것 같다. 이준 역시 깔끔한 외모, 좋은 몸에 그 “착함”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와이프께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Daystar” 와 함께 마친다.
좋은 공연이었다. 솔. 리.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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