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보라님 덕분에 처음으로 KBS 방송국에 가보게 되었다. 보라님의 회사 소속 근로자가 근로자 가요제에 출전한다고 하여 녹화에 참여하게 된 것인데, 일반 공연처럼 즐겼다기 보다는 KBS 팀하고 함께 일하고 온 느낌이 강하다.
방송국 사람들이나 관객들 모두 녹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고, 카메라가 돌아갈 때를 제외하고는 무대 위의 사람들도 관객들에게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되니 근로자 가요제를 보는 것보다, 방송국 사람들이 일 하는 것을 그대로 보는 것이 더 재미가 있었다. 방송국 안에 있는 직업들이 대부분 꿈의 직업들이라서 이런 재미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나운서, KBS 관현악단, 방송국 관계자, 경호원, 초대가수, 백댄서, 코러스, 카메라맨의 프로페셔널함과 함께 그들의 꿈이 느껴졌다. 꿈을 꾸었던 이들, 꿈을 이룬 사람, 꿈을 절반만 이룬 사람.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자존감. 또 재미있는 것은 방송국 안의 양극화 현상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았고 말이다. 바로 옆에 있는데 상황은 전혀 다를 때 기분은 어떨까. 방송국에는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 입장에서 내가 가진 꿈을 이룬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자극이 되려나? 슬픔이 되려나?
초대가수는 틴탑, 정동하, EXID 가 나왔는데, 역시 공연이라기 보다는 녹화를 위한 연기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주었다. 심사위원은 최정원, 돈스파이크, 윤일상, 김경호였는데 심사평은 그냥 그런 수준이었다. 심사위원이 말하는 기준이 모두 다 다르니, 누가 잘한 것이고 누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상을 하고 나서야 이들의 통일된 의견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1등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2등이 된 것도 좀 특이했고 말이다.
아무쪼록 근로자 가요제가 TV에서 하는 날 다시 한 번 봐야겠다. 혹시 아나. TV에 한번 나올지. 엄청 앞자리였는데 말이다. 처음으로 간 방송국에서 그들이 일하는 것을 본 것은 몹시 큰 즐거움이었다. 보라님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