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군대에 있을 때는 전역을 하면 곧 자동차가 생긴다고 믿었다. 자동차라는 것이 그냥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를 마치고, 27살에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당시 부모님 집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었고, 회사는 지하철로 30분이었다. 차량이 필요한 인생이 아니었다. 이 시기에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거나, 차가 꼭 필요한 경우에 차를 사기 시작했다. 불필요한데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아까운 돈을 허투루 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내가 20대 후반에 차량을 갖는 것은 여러 가지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집에 주차장이 없었기 때문에, 갖지 않는 것이 옳았다. 이처럼 20대의 일반적인 차량 소유 여부에도 부모님의 재력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30대 초반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을 때도 여전히 자동차가 없었다. 자동차가 없는 삶의 유일한 장점은 하나였다. 된장녀가 붙지 않았다. 절대 붙지 않는다. 된장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자동차가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뚜벅이로 지금의 아내와 만나서 결혼했다. 난 이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만족한다. 자동차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던 부분이다.
이후 아이가 탄생했을 때도 차량이 없었다. 돈은 꽤 있었는데, 여전히 집이 없었다. 주차장이 애매했다. 그러다가 30대 중반에, 경제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학교 가는 언덕길이 어마어마했다. 강의실이 학교의 꼭대기에 있었다. 한 학기를 다니고, 여름 방학 때, 바로 자동차를 구매했다.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곧 집을 매매하여 이사하게 되었다. 아내에게 그 차량을 주고, 내 차를 새로 구매하여 지금까지 타고 있다. 지금 집은 새 아파트라서 주차장은 좋지만, 근처에 지하철이 없으므로 자차가 필수인 지역이다. 차량이 없을 때는 지하철이 없는 삶을 꿈꿨는데,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인생을 다시 꿈꾼다.
젊은 시절의 차량 구매 여부에 대해서 내가 느낀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젊은 시절에 자동차를 사지 않아서 아낀 돈은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돌아봤을 때, 그 돈은 전혀 의미가 없다. 둘째, 젊은 시절에 자동차를 사지 않아서 얻은 이익은 된장녀가 붙지 않은 것뿐이다. 물론 된장녀가 붙지 않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다. 셋째, 운전은 의미가 있다. 운전에 익숙해지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매일 운전했을 때, 3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한다. 넷째, 침착하지 않은 성향의 사람이 운전을 하면 침착해진다. 차분해진다. 섬세해진다. 침착하지 못했던 나에게, 운전이 준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결론은 젊은 시절에 돈 아낀다고 자동차를 사지 않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주차장이 있고, 차량을 유지할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면, 구매해서 운전하고 다니면 되는 것이다.
- 물론 카푸어가 되면 안 된다. 카푸어의 삶은 매우 안타깝다. 차는 자신이 막 탈 수 있는 가격대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자동차 구매의 문제는 오히려 쓸데없이 차로 무게를 잡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집이나 개인이 돈이 있으면 좀 무게를 잡아도 되지만, 그게 아니면 중고 경차를 사도 전혀 문제가 없다. 행복하게 타고 다니면 행복한 것이다.
-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