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디아블로2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바바리안을 휠바바로 키웠다. 사실상 사기 캐릭터에 가까웠기 때문에, 정해진 방식대로 육성만 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휠윈드를 한 번 돌리면 적들은 우수수 쓰러졌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결국 휠바바는 좋은 장비만 갖춰지면 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정석적인 캐릭터가 왠지 재미없었다. 그래서 팔라딘을 해머딘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는 게임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나의 해머딘은 점점 망해가기 시작했다. 헬 난이도에 도달했을 즈음에는, 아무리 망치를 돌려도 적들이 쓰러지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한마디로, 망한 캐릭터였다.
요즘 뒤를 돌아보니, 어쩌면 내가 살아온 방식 자체가 그 해머딘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제학, 작은 사업 등 내가 몸담았던 대부분의 것들은 남들이 쉽게 가는 길과는 조금 달랐다. 문제는, 그렇다고 내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결국 나는 늘 어설픈 방식으로, 비효율적으로, 때로는 무모하게 무언가를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요즘은 달리기를 하면서 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낀다. 누군가는 가볍게 치고 나가는데, 나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뒤처진다. 남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 같은데, 나는 늘 어디선가 스킬 포인트를 잘못 찍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의 망캐, 해머딘. 나는 결국 해머딘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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