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한 20대 초반, 군대를 막 전역한 나는 매우 모범적인 외모가 되어 있었다. 이런 외모가 너무나도 싫었던 나는, 내 몸에 날티를 입히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귀걸이.
동대문에서 바벨 형태의 피어스(귀걸이)를 구매했고, 피어싱은 피어스를 판매한 사람이 해주었다. 사과를 내 귓불 뒤에 대고 두께가 가장 얇은 침으로 쑤셨다. 이렇게 해서 바벨 형태의 피어스를 양 귀에 장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날티가 생긴 나는, 매우 기뻤다.
며칠이 지났고, 더 다양한 귀걸이를 해보고 싶었다. 동네 보석 상점에 들러서 몇 개의 귀걸이를 더 구매했다. 귀는 아물지 않았으나 어떤 귀걸이든 계속 끼워놓으면 된다는 생각에 새로 구매한 다른 귀걸이로 교체하여 착용했다.
하지만 한숨 푹 자고 일어나 보니 내 귀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귀걸이가 귀의 피어싱한 구멍 안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일반 귀걸이는 내가 피어싱한 두께보다 한참 얇았기 때문에, 귀걸이가 귓불의 뚫린 구멍 안에 완전히 박혀버렸다.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팠다.
엄마의 손을 잡고 응급실에 갔다. 인턴 같은 어린 의사와 어린 간호사들이 난리를 쳤다. 마취하고 절개를 해서 빼야 한다고 자기네끼리 얘기를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옆을 지나가시던 능숙한 노년의 의사 선생님께서 핀셋으로 그냥 빼주셨다.
고통이 사라져서 기뻤으나, 아쉽게도 귀걸이는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귀걸이를 포기했고, 이후 다시 시도한 적은 없다.
사소한 사건이지만, 나는 이런 것도 어쩌면 내 운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는 귀걸이뿐만 아니라, 날티를 낼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허락되지 않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운명처럼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날티를 원했던 그때의 그 젊음은, 몹시 그립다.